단순히 용돈을 아껴 쓴 게 아닙니다. 이번 여름방학, 아이는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해 돈을 벌었고, 그 과정에서 자립심과 책임감을 배우게 됐습니다.
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의 개념’을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제 상황에서 돈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떤 노력이 수입으로 연결되며, 어떻게 다시 가치 있게 사용되는지를 몸으로 느끼는 것, 그게 진짜 교육이죠.
이번 글에서는 초등 3학년 아이와 함께한 ‘미니 창업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엄마와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고, 판매까지 경험한 이 과정은 아이의 태도와 말, 행동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1. 아이와 창업 아이템을 고르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처음부터 ‘창업’이라는 단어를 쓰면 아이가 부담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놀이처럼 가볍게 접근했습니다. 우리 방학에 한 번 작은 장’ 해볼까 라고요.
아이에게 중요한 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누군가가 인정해주는 경험이었어요.
먼저 함께 아이템을 정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기준으로 리스트를 만들었죠.
비즈 팔찌 만들기
손글씨 엽서
미니 북마크
레고 분해키트
초코머핀 만들기
이 중에서 아이가 가장 관심 있고, 재료 구입이 쉬우며, 창의적인 요소가 있는 ‘비즈 팔찌’를 최종 아이템으로 정했습니다.
시장조사를 위해 ‘요즘 어떤 팔찌가 인기일까’ 검색해보고, 색상 조합도 직접 스케치북에 그려보며 디자인을 구상했어요.
이때 저는 방향만 잡아주고, 대부분은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했습니다.
이건 내가 만든 거니까 내 책임이야.
그 문장을 아이가 직접 말하게 되기까지, ‘내 선택’이란 과정을 거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2. 만들고, 포장하고, 팔아보다 – 진짜 돈의 가치를 느끼는 시간
아이템이 정해졌다면 다음 단계는 제작과 판매 준비입니다.
비즈 팔찌는 온라인몰에서 저렴한 재료를 구입해 함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첫날은 서툴러서 1개를 만드는데 40분이 걸렸지만, 만들수록 손에 익고 창의적인 조합도 시도해 보더라고요.
우리는 만든 팔찌를 5개씩 세트로 묶고, 예쁜 종이상자에 담아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1세트 3,000원, 개별 판매 1,000원
가격은 아이와 함께 의논해서 정했는데, “내가 만든 거니까 너무 싸게 팔고 싶진 않아”라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판매는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플리마켓에 참여해 진행했습니다.
테이블을 꾸미고, 가격표를 적고, 잔돈을 준비하고, 아이는 손님에게 “이건 직접 만든 거예요”라고 소개하며 마치 작은 CEO처럼 행동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하나 둘 팔리기 시작하자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엄마! 내가 번 거야!
이거 진짜 팔렸어. 나 진짜 팔았어
그날 아이는 약 18,000원을 벌었고,
그보다 더 큰 수확은 노력의 대가를 직접 경험하며 느낀 자부심이었습니다.
3. 창업 이후가 더 중요해요 수익 관리와 정산, 그리고 다음 목표
판매가 끝난 후, 우리가 한 가장 중요한 활동은 정산하기였습니다.
비즈 재료비, 포장비, 임시 포스터 출력비까지 함께 계산했죠.
총 수익 18,000원 – 비용 6,000원 = 순수익 12,000원.
아이에게 "이게 너의 이익이야"라고 알려주자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12,000원을 다음과 같이 나누기로 했습니다.
6,000원: 저축 (목표 – 다음 마켓 준비 비용)
3,000원: 자유 소비 (사고 싶던 필기구 구매)
3,000원: 가족 나눔 (동생과 간식 나눔, 기부박스 참여)
그 이후 아이는 일상에서도 내가 만든 걸로 또 할 수 있을까?, 이번엔 친구들이랑 같이 해도 돼?라는 말을 하며 점점 스스로 기획하고 계획하는 힘을 갖기 시작했어요.
경제교육이 단순히 돈의 흐름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훈련이 된다는 걸 절감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이의 사고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무언가 갖고 싶을 때 무작정 조르거나 포기했지만, 이제는
이건 내가 번 돈으로 살 수 있을까
얼마까지 모으면 이걸 살 수 있어
라는 식으로 계산하고 계획하고 결정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마무리하며: 아이의 자립심은 ‘경험’ 속에서 자랍니다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함께한 미니 창업은 단순한 활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이의 소비 습관
노력에 대한 인식
책임감과 자존감
이 세 가지가 뚜렷하게 달라졌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조금은 어른’이라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자립심은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닙니다.
작은 결정 하나, 물건 하나를 만들어 팔아본 경험 하나가 ‘내가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의 씨앗이 되어줍니다.
이번 방학, 특별한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아이와 함께하는 작은 경제 체험, 미니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세요.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고, 태도가 변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