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고 냉난방 기기 사용이 늘어날수록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놀라는 일이 많아진다. 특히 여름철 에어컨, 겨울철 난방기 사용은 전력 소모를 급증시켜 요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하지만 단순히 절약한다고 해서 생활이 불편해질 필요는 없다. 요금을 폭탄처럼 맞기 전에, 시간대에 따른 사용 전략을 세우면 생활의 질은 유지하면서도 전기요금을 현명하게 줄일 수 있다.
1. 전기요금 구조부터 알아야 절약이 보인다
전기를 아끼려면 먼저 요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크게 ‘누진제’와 ‘시간대별 요금제’로 나뉜다. 일반적인 가정은 누진제를 따르고, 일부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다가구 주택이나 상가는 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받는다.
누진제란 일정 사용량까지는 저렴한 단가를 적용하다가, 일정량을 초과하면 전기 1kWh당 가격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한 달에 300kWh 이하로 사용하면 1단계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400kWh를 넘기면 2단계 또는 3단계로 단가가 급상승하게 된다. 특히 여름(68월)과 겨울(122월)에는 계절요금이 적용되어 요금 부담이 더 커진다.
시간대별 요금제는 사용 시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피크타임)에는 요금이 비싸고, 밤이나 새벽처럼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에는 요금이 저렴하다. 이 요금제는 스마트계량기(AMI)가 설치된 가구나 사업장에 선택적으로 적용되며, 특정 시간에 전기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즉, 가정에서 전기요금을 절약하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월 전체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 안에서도 피크 시간대를 피해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요금 절감의 핵심이다.
2. 시간대별 전력 사용 조절로 요금 줄이기
전기요금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력 사용을 ‘언제’ 하느냐를 조절하는 것이다. 무턱대고 줄이려고 하기보다는 피크 시간대를 피하고, 저렴한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현명하다.
한국전력 기준으로 여름철 피크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겨울철은 오전 7시부터 10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다. 이 시간대는 전기 수요가 높아 누진제의 부담이 커지는 시간으로, 가급적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전기세 폭탄을 맞는 대부분의 가구는 이 시간대에 에어컨, 전기난방기, 인덕션 등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경우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예를 들어, 세탁기나 건조기는 전기 소비가 큰 가전이기 때문에 피크 시간이 아닌 오후 8시 이후 또는 새벽 시간대로 조정하는 것이 좋다. 전기밥솥의 경우 보온 기능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보다 밥을 짓자마자 보관용기에 담고 전원을 차단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에어컨은 온도를 너무 낮추기보다는 26~27도 정도를 유지하면서 선풍기나 써큘레이터를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요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전기난방 기기 역시 타이머 기능을 활용하거나, 온도를 한두 도 낮추고 옷을 덧입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시간대별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면 심야 시간(오후 11시~오전 7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 시간대에 세탁, 밥 짓기, 온수기 작동 등을 집중시키면 요금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나 대용량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가정은 반드시 이 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3. 전기 잡아먹는 가전제품, 사용 습관이 좌우한다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시간대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가전제품의 사용 습관을 바꾸는 것도 전기 절약의 핵심이다.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에는 에어컨, 전기난로,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등이 있다.
에어컨은 한 번 켜면 지속적으로 전기를 소모하는 기기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클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햇빛을 차단하고 에어컨 필터를 깨끗하게 유지해야 효율이 높아진다. 또한,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설정하고 에어컨을 껐다 켜는 것보다는 한 번에 오래 틀어두는 방식이 에너지 절약에 효과적이다.
냉장고는 24시간 작동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전기 소모가 크다. 문을 자주 열지 않도록 하고, 내용물을 가득 채우기보다 냉장실은 60~70% 수준, 냉동실은 최대한 채워 보관하는 것이 전력 효율에 유리하다. 뒷면 환기구와 냉각팬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기밥솥은 보온 모드에서 지속적으로 전기를 소모하므로 밥을 지은 뒤에는 바로 분리 보관하고, 필요할 때 데워 먹는 방식이 낫다. 전자레인지, 전기포트처럼 짧은 시간에 강한 전력을 사용하는 제품은 사용 후 플러그를 뽑아 대기전력을 차단해야 한다.
멀티탭 스위치를 이용해 TV, 공유기, 셋톱박스 등 대기전력이 큰 가전제품을 외출 시 일괄 차단하는 것도 전기요금을 줄이는 중요한 팁이다. 이 습관 하나만으로도 월 전기요금을 5~10% 이상 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