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돈’에 대해 배우는 것은 단순히 숫자를 익히는 게 아닙니다.
돈을 통해 노동의 가치, 절제력, 계획력, 책임감까지 함께 배울 수 있죠.
하지만 막상 부모가 아이에게 경제교육을 하려면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초등학생인 아이와 함께 용돈을 관리하고, 직접 수입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변화된 이야기와 실천 팁을 나눠보려고 해요.
1. 첫걸음은 용돈 관리 주 단위 용돈으로 경제 감각 키우기
아이에게 처음으로 경제를 가르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용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필요한 거 사”라고 용돈을 주면, 아이 입장에서는 그저 '보너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돈은 쓰기 위한 도구이자 한정된 자원’이라는 개념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먼저 용돈을 주 단위로 정해진 금액만 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준은 간단했습니다.
기본 용돈은 매주 2,000원 (1~3학년 기준)
보너스 용돈은 가족 활동 기여도에 따라 추가 (설거지, 재활용 분리 등)
용돈 수첩을 만들어 간단한 수입·지출표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처음엔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도, 스티커로 기록하는 재미에 점점 빠져들더니 이번 주엔 1,000원 남았어! 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돈을 그냥 ‘모아라’ 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목표를 정하도록 했죠.
3주간 모으면 사고 싶은 학용품을 살 수 있어.
그렇게 아이는 단순히 소비하는 것보다 계획적 지출을 배웠고, 절제하는 습관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습관이 경제감각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아이와 함께한 미니 플리마켓 도전기
용돈을 잘 관리하게 된 다음엔, 아이에게 돈은 버는 것이기도 하다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어린이 미니 플리마켓 프로젝트였습니다.
동네 아파트 단지에서 열리는 작은 벼룩시장에 참여하거나, 가족 단위로 소규모 마켓을 기획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돈을 번다는 것’의 진짜 의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먼저 아이와 함께 어떤 물건을 팔 것인지 정했어요.
집에서 안 쓰는 장난감도 있었지만, 아이가 더 하고 싶어한 건 직접 만든 팔찌와 책갈피였습니다.
색실과 구슬을 이용해 만든 팔찌를 ‘1,000원’, 손그림을 넣은 책갈피를 ‘500원’에 팔기로 했죠.
가격을 정하고, 포장을 하고, 손글씨로 가격표를 쓰는 과정까지 모두 아이와 함께했습니다.
마켓 당일, 아이는 스스로 손님을 응대하고, 잔돈을 계산하며 진짜 판매자가 되었습니다.
어른 손님이 너무 예쁘게 만들었네~ 하고 칭찬해주면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뿌듯해했고, 이걸 사면 나한테 1,000원이 생기는 거야 하며 자립심을 느꼈죠.
이 활동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노력의 대가를 받아보는 경험, 물건의 가치와 돈의 흐름, 소통의 즐거움과 책임감까지 함께 가르쳐준, 그 어떤 수업보다 생생한 경제교육이었습니다.
3. 수익 이후가 더 중요하다 기부와 재투자로 배우는 돈의 순환
플리마켓을 마친 후, 아이의 손에는 직접 번 돈 7,000원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들떠 다 쓰고 싶다고 외치는 건 당연한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돈을 어떻게 다루느냐였습니다.
우리는 수익을 3가지 항목으로 나누기로 했어요.
저축 50% 통장에 넣기 (혹은 저금통에 보관)
자유 소비 30% 먹고 싶은 간식, 사고 싶은 물건
나눔 20% 기부하거나 다른 사람 도와주기
처음에는 기부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던 아이도, 내가 번 돈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니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물보호단체에 소액을 기부한 후, 인증 메일을 함께 보며 "내가 만든 팔찌가 고양이 밥값이 됐대!"라고 말하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또 남은 금액 중 일부는 다음 마켓을 위한 재료 구입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수입→지출→저축→재투자→나눔’이라는 돈의 순환 흐름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어요.
이런 교육은 단순히 경제적인 개념을 넘어서, 가치 있는 소비와 균형 잡힌 판단력을 길러주는 밑거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