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왜 저럴까, 시어머니는 왜 항상 간섭할까
고부갈등의 원인을 감정의 충돌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선 관계의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는 간섭이라 느끼고, 누군가는 관심이라 여기는 이유. 오늘은 고부간 갈등을 감정이 아닌 구조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1. 감정이 아닌 역할과 기대’ 충돌
고부갈등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은 왜 나만 노력해야 하지?라는 감정입니다. 그러나 이 감정은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기대되는 역할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출발합니다.
시어머니는 가족처럼 지내자는 마음으로 다가오지만, 며느리는 가족이라기보다 의무적인 관계로 받아들입니다. 양쪽 모두 좋은 관계를 원하면서도,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기대가 충돌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는 우리 집 식구가 되었으니 명절에 당연히 오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며느리는 친정에도 가야 하는데 왜 시댁만 당연시하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이는 감정이 나빠서가 아니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 충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 섭섭함’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고, 결국 고부갈등의 겉모습이 됩니다. 따라서 이 갈등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감정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역할을 바라고 있는지를 대화로 확인해야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아무리 친절하게 행동해도 상대방은 계속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2. 불균형한 권력이 부르는 침묵과 폭발
관계 구조에서 고부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은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입니다. 시어머니는 종종 가족 내 어른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발언권과 결정을 하게 되고, 며느리는 그 아래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 며느리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기보다 참는 것을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예의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점차 불편함이 누적되어 어느 순간 감정 폭발로 이어지게 됩니다. 말하지 않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거리를 두거나, 대화를 피하거나, 가족 모임을 거절하기 시작하면 이미 관계가 경직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나는 늘 똑같이 대해왔는데, 왜 갑자기 저러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불균형이 이제야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 갈등을 해결하려면, 권력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모든 결정에서 평등한 발언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며느리의 의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또한 남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중간자이면서도 종종 방관자가 되기 쉬운 남편이 적극적으로 소통을 중재하고, 누구 편이 아닌 문제 해결을 목표로 나설 때, 비로소 권력 불균형이 완화됩니다.
3. 거리 유지가 필요한 관계 재설계
감정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고부갈등은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예전처럼 대가족 중심이 아닌, 핵가족 또는 개인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과거의 시댁 문화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이니까 다 함께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계가 불편하고 힘들다면 적절한 거리 두기는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매주 연락을 주고받는 대신 정해진 날에만 소통하기, 명절 참여에 대한 기대치를 미리 조율하기, 경제적인 도움이나 자녀 양육 등 민감한 문제는 부부 중심으로 결정하기 같은 조치는 갈등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이러한 관계의 재설계는 시어머니나 며느리 모두에게 자유와 여유를 주는 선택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운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존중이 바탕이 된 거리가 오히려 서로를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감정에 휘둘리는 관계에서 벗어나, 구조적으로 평등하고 건강한 관계를 설계할 책임과 권리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