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가장 당황스러운 고정지출 중 하나는 건강보험료다. 직장에 다닐 땐 회사와 반반 부담했던 보험료가,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되면 전액 본인 부담으로 바뀌면서 급격히 인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별다른 소득이 없어도 재산이나 연금, 금융소득 등을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체감 부담은 더욱 크다.
하지만 보험료는 무조건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수령 시기와 순서를 조정하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특히 연금 수령 방식, 퇴직소득 정산 방식, 임대·금융소득 처리 순서 등에 따라 건강보험료에 큰 차이가 난다. 이번 글에서는 건강보험료를 절약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령 순서 전략을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국민연금 먼저, 개인연금은 천천히 기본소득은 유지하면서 과세는 분산
은퇴 후 가장 먼저 받기 시작하는 연금은 대부분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으로 잡히지만 건강보험료 산정 시 기준 소득에 이미 포함되는 공적 연금이라,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되지는 않는다. 즉, 국민연금만으로는 건강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은퇴 초기에는 이 연금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개인연금이나 연금저축, IRP 등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 연금은 수령액이 연간 1,200만 원을 넘을 경우 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반영된다. 따라서 가능한 한 국민연금만으로 기초 생활을 유지하고, 개인연금은 늦게 시작하거나 소액으로 분할 수령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은퇴 직후 3~5년간은 국민연금으로만 생활하고, 이후 소득공백이 생길 때 개인연금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개인연금 수령 시 연간 1,200만 원 이내로 나누어 받으면 건강보험료 산정에 유리하며, 종합소득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시간차 활용이 결국 보험료를 줄이는 핵심 전략이 된다.
2. 퇴직소득은 일시금보다 분할 연금화 폭탄 맞을 수 있는 일시금 피하기
많은 은퇴자들이 퇴직금을 IRP에 이체한 뒤 일시금으로 수령하곤 한다. 하지만 퇴직금을 한 번에 받으면 단기간에 큰 소득이 발생하게 되어 건강보험료가 급등할 수 있다. 특히 퇴직소득이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에 반영되면 다음 해 보험료가 수십만 원씩 오를 수 있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퇴직소득을 연금형태로 분할 수령하는 것이 유리하다. IRP 계좌로 퇴직금을 이전한 뒤, 매년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금소득으로 분류되고, 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특히 연간 수령액을 1,200만 원 이하로 조절하면 분리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퇴직소득을 수령하는 시점을 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은퇴 즉시가 아니라 몇 년 후, 다른 소득이 줄어든 시점에 수령하면 건강보험료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퇴직금은 '언제',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건강보험료와 세금 측면 모두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3.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은 마지막으로 종합소득세 기준 넘지 않게 분산 조정
은퇴 후 일정한 금융자산이 있다면 이자나 배당 등 금융소득이 발생하고,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임대소득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 소득들이 건강보험료 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연간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을 합산한 종합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서 건강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소득은 가급적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드는 시점에 분산해서 수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의 만기일을 분산시키거나, 고정 임대계약 대신 단기 임대계약으로 유동성 있게 소득을 조절하는 식이다.
또한 금융소득은 분리과세 상품(예: 비과세 저축, 절세형 채권 등)을 활용하면 종합소득에 포함되지 않도록 설계할 수 있다. 임대소득 역시 일정 기준 이하로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연간 임대료 총액을 조절해 종합과세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금융·임대소득은 전략적으로 수령 시점을 조정함으로써 건강보험료뿐 아니라 종합소득세 부담까지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항목이다. 연금 소득과 함께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